김현회목사의 나룻배 칼럼
안목의 정욕

며칠 전에 컴퓨터가 고장 났다. 아이들 말로는 무슨 소리가 들리더니 퍽 하면서 컴퓨터가 꺼지고 타는 냄새가 났다고 한다. 나는 일단 장성도 형제님께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 후 약속한 날 만나기 전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새로 컴퓨터를 구입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Costco에서 날라 온 세일광고를 보았다. laptop도 desktop도 모두 굉장한 성능의 컴퓨터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싼 가격에 나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Best Buy, Fry's 등 다른 스토어들도 알아보았다. 예전 같으면 그 정도 성능이면 엄청나게 비싸야 할 텐데 모두 매우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나는 조금씩 가격대를 높이면서 조금 더 좋은 컴퓨터 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첫째 녀석은 덩달아 흥분해서 이게 좋다느니 저게 좋다느니 참견을 했다. 놀랍게도 둘째 녀석은 자신은 새 컴퓨터가 싫다고 했다. 그 이유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이 고생스럽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쪽저쪽 뒤적이며 나는 새 컴퓨터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단정지어놓고 아내의 탐탁치 않아하는 눈초리를 무시한 채 은근히 신이 나 있었다.


하지만 장성도 형제님이 우리 집에 와서 컴퓨터를 들여다 본 결과는 정작 매우 간단한 문제라는 진단이었다. power supply가 나갔다는 것이다. 결국 부품 하나 새로 사다 끼어놓음으로써 컴퓨터 문제는 일단락되고 말았다. 아내는 돈 들이지 않고 고친 것을 너무 좋아했고, 둘째는 새 컴퓨터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없어져서 좋아했지만, 첫째와 난 내심 매우 실망스러웠다. 한편으론 아주 잘 된 일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새 컴퓨터가 물 건너 간 것이 너무 아쉬웠던 것이다. 또 고쳐 놓으니 전혀 문제없는 컴퓨터이건만 새로 알게 된 신형 컴퓨터들의 고성능에 비해서 너무 낡고 부실한 것 같아서 괜히 불만스러웠다. 나는 내게 그토록 강한 안목의 정욕이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 동안 고급스러운 물건이나 때깔 좋은 것들에 그다지 끌림이 없었기에 나는 적어도 안목의 정욕은 별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며칠 컴퓨터 광고를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눈앞에 신형 컴퓨터들이 오락가락하는 것이었다. 어찌 컴퓨터뿐이겠는가? 옷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집도 그렇지 않겠는가? 욕심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주님의 영광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세상이 더욱 화려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전도자의 말대로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으므로“(전 1:8).

2/7/2010 11:33:1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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