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뭇가지의 생살을 뚫고 피어난 여린 새잎 하나가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기쁨을 정의하기란 참 힘든 것 같아요. 기뻐할 수 있는 무엇(대상) 때문에 기쁨을 느끼는 것인지, 혹은 저절로 기쁨이 솟아나서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있는 것인지, 그 애매함의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기쁨’이라는 단어는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쁨의 근원을 캐묻기 보다는 얼마나 기쁘게 살고 있는가, 또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면서 살고 있는가, 혹은 정말 살아가면서 기뻐했던 순간이 언제였던가, 라는 물음을 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기쁨은 지극히 사소하고 단순한 곳에서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제각각 오묘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떤 평안함이 고여 옵니다. 또한 남보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큰 병으로 고생하지 않는 것이 감사하구요. 성찬은 아니더라도 매 끼마다 식탁 위에 차려지는 음식들, 목을 축일 수 있는 한 잔의 깨끗한 물, 따뜻한 커피 한 잔, 햇빛을 받으며 양지쪽에서 자라고 있는 꽃 한 송이, 추운 겨울날 목에 두른 털목도리, 좋은 책 한 권... 작은 일상 속에서 소록소록 기쁨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숨차게 달려가는 중에 빨간 신호등이 바로 제 앞에서 파란 신호등으로 바뀔 때, 그 파란불 하나가 기쁨을 주기도 한답니다. 그것은 마치 인생의 길에서 어려움 중에 있었는데 무난하게 갈 수 있도록 누군가 신호를 바꾸어 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황량한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때에 나뭇가지의 생살을 뚫고 피어난 여리고 작은 새잎 하나가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몰라요. 오랜 동안 소식 한 자 없었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기쁨은 잔잔하게 고여 오는 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기쁨을 소리 내서 발음 했을 때 두 입술이 닫히면서 입 안으로 충만한 어떤 것이 고여 오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어떤 자극에서 오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느낌을 배경으로 한다면, 기쁨은 마음 안으로 부터 흐뭇하고 좋은 생각들이 차오르면서 그것은 고마움과 감사의 뿌리에 가 닿습니다.
기쁨은 누리면 누릴수록 크고 넓어지고, 기쁨의 맛은 보면 볼수록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기쁨을 누리고 맛볼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기쁨의 사람으로 바뀌어 가게 되지요. 누군가에게 편지 같은 반가움을 주기도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차갑고 시원한 한 잔의 물이 되기도 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글이 담겨 있는 카드 같은 사람, 걱정과 근심으로 묻혀 있는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꽃다발 같은 사람, 언제나 삶의 생기를 주는 싱싱하고 푸른 나무 같은 사람으로... .
요즘은 기뻐할 일이 없다구요? 저 멀리 언덕과 들판을 뒤덮고 있는 연두 빛 새싹들이 보이시는지요? 축축한 땅 속을 뚫고 올라오는 여린 생명들의 함성이 들리시는지요? 단단히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풀고 새봄의 향기로 채워보십시오. 주름지고 눅눅해진 가슴으로 봄의 꽃물이 들도록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보십시오. 기쁨이 강물처럼 흘러들도록... .

혁명처럼 번져가는 봄의 함성이 들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