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이제 올해로 90살이되신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함경도에서 나고 자라시어 외할아버지와 중매로 결혼하셨고 슬하에 1남4녀를 두셨었으나 그 금쪽같던 외아들을 그만 열병으로 잃고 평생을 아들 못난 설움에 힘들어하셨던 분이지요.
6.25사변당시 어느집이나 그렇듯, 외할아버지께서도 윗형님과 단 둘이 월남하시었고 1.4후퇴시 전쟁이 길어질것을 예감하신 어른들께서 그 식솔들을 내려보내시어 두 형제분만이 남쪽에서 일가를 이루고 살게되셨지요. 아들만 줄줄이 3명에 그것을 유세로 모질게 시집살이를 시키던 큰할머님때문에 젊은시절의 할머니는 눈물이 마를날이 없으셨다합니다. 학식과 덕망은 출중하셨으나 도무지 경제력이라고는 없으신 할아버지를 대신해 함경도 또순이 정신을 발휘하신 할머니는 4자매를 모두 대학교육까지 시키셨고, 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에는 4자매 모두에게 유산을 얼마간씩이라도 상속하실 정도로 집안을 잘 이끄셨지요. 제가 이렇게 할머니의 약력을 나열한 이유를 이제부터 설명할까합니다. 너나 할것없이 모두 어려웠던 시기, 남보다 더 모진 고통을 겪으셨던 할머니께서 종교의 힘을 빌어 그 어려움을 이겨내신듯합니다. 그 맹목적인 종교에대한 사랑이 대대손손 이어져내려왔고 전 어려서부터 항상 부처님 자식이니, 부처님의 은공이니 하는소리와더불어 때때마다 무당을 부르고 고사를 지내는 의식을 아주 경건하고 어른스럽게 치루어내고있었습니다. 우리집안의 최초의 크리스찬인 막내이모부를 따라 막내이모가 개종을 한날, 할머니께 막내이모는 더이상 딸자식이 아닌듯했습니다.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이제 큰이모의 세딸과 큰이모부, 또 저희가족이 모두 크리스찬이 되었고 큰이모의 큰사위는 심지어 목사님이십니다. 이제는 연세가 높으시어 그 총명함 다 잃으시고 약간의 치매끼까지 생기신 할머님을 위해 그 목사사위분을 필두로 크리스찬인 가족모두가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를 시작한지 어언1년쯤...
며칠전, 욕실에서 쓰러지시어 병원에 입원하신 할머님댁을 청소하시던 저희엄마와 이모들이 놀라운 것을 발견하셨다고합니다. 애지중지 아끼시는 할아버지와 함께 찍으신 사진 뒤로 하나님 말씀이 놓여있었다지요... 아무도 하지않았다하니 할머니당신이 손수하신일인듯싶습니다. 할렐루야... 꼭 돌아가실듯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였으나 다시 경과가 좋아지시어( 엄마말씀에 의하면 누워서도 팔,다리운동을 열심히하시더랍니다)목요일쯤 퇴원을 앞두고 계십니다. 이제는 저희가족 모두 그 언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더라도 더이상 무거운 마음은 아닐껍니다. 우리모두는 할머님께서 손수 하나님을 영접하심을 보았기때문이지요. 철옹성같았던 90세 할머님을 변화시키신 아버지께서 이젠 저희 친정엄마를 변화시키실것을 저 또한 믿어의심치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