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이 우리 곁을 떠나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집안 곳곳에 아버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싶어요. 햇볕이 하얗게 몰려 있는 뒷마당 의자에 앉아서 날마다 신문을 읽으시던 모습,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면 호스를 들고 잔디밭과 나무에 물을 주시던 모습, 아침이면 일터로 떠나는 우리를 향하여 손을 흔들어 주시던 모습... 그리고 임종을 앞두고 하루하루 당신의 마지막 삶을 담담하게 걸어가시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아버님은 얼마 남지 않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미리 아셨음에도 평소처럼 음식도 맛나게 드시고, 찾아오는 당신의 자녀들을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더 살고 싶다는 미련 섞인 슬픔의 표정이나 아쉬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셨지요. 마치 마지막 삶의 휴가를 받으신 모습처럼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석처럼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주님 만나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던 그 모습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지금도 아버님을 추억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던 모습입니다. 아침 식사는 당신의 방식으로 손수 커피를 끓이고, 빵을 굽고, 계란후라이를 해서 식탁을 차리시곤 했습니다. 처음 아버님의 그 모습을 뵈었을 때 얼마나 놀라웠는지요. 아버님은 격식 차리는 것을 싫어하셨고, 언제든 자식들을 편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특히 며느리인 제게 각별하게 배려하고 챙겨주셨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뒤돌아보면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제게 좋은 추억으로 채워주신 아버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주님과 함께 계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여기서 살아가는 것 보다 더 행복하고 더 완전한 곳에서 쉼을 누리고 계시는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죽음을 소망하게 됩니다. 장차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모든 슬픔이나 아픔, 죄, 상처, 괴로움의 기억들이 변화하여 온전히 주님의 은혜로 회복될 그날을 꿈꾸어 봅니다.
지난 29일에는 목사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아버님 1주기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아버님이 얼마나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조촐한 음식을 나누게 하시며 또한 귀한 만남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일부러 시간을 내 주신 목사님 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사진제공/김동원 글터